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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는 작품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을 때는 그냥 흔한 심리 스릴러겠거니 했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인물들의 욕망이 너무 정교하게 얽혀서 결말까지 단숨에 보게 됐다. 특히 마지막화로 갈수록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는데, 이게 다 의도된 연출이었다는 걸 결말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시즌 전체를 한 번에 정리하면서 결말까지 풀어보려고 한다.
등장인물
허문호
20년째 두 번째 소설을 못 쓰고 있는 문창과 교수. 제자들 글에는 독설을 퍼붓는데, 사실 그 밑바닥엔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강이 던져주는 이야기에 완전히 잠식되면서 무너진다.
이강
강의실 맨 끝줄에 조용히 앉아있던 학생이다. 알고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어릴 적 허문호에게 받은 상처를 갚으려고 몇 년에 걸쳐 판을 짜놓은 거였으니,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김수훈
허문호의 대학 동기이자 이미 성공한 작가다. 예전에 허문호 작품을 인정사정없이 깎아내려서 그를 열등감에 가둔 장본인이다. 이강의 이야기 속에서는 표절에 살인까지 저지른 인물로 등장한다.
안은주
김수훈의 아내인데, 허문호한테는 평생 못 잊은 첫사랑이다. 이 인물에 대한 미련이 허문호를 더 깊이 끌고 들어가는 계기가 된다.
김세윤
김수훈 부부의 아들이다. 이강이 작정하고 접근해서 친해진 친구다.
김정우
세윤의 누나로, 신인 작가로 막 데뷔한 참이다. 동생이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자 자기 커리어를 지키겠다고 입막음한다.
선민
사실은 출판사 직원인데, 이강의 이야기 속에서는 가사도우미이자 불륜 상대처럼 그려진다. 진짜로는 김수훈 표절 증거를 쥐고 협박하다가 사고로 죽는다.
조현숙
허문호의 아내다. 남편이 이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 사는 동안 점점 마음이 떠나고, 결국 떠난다.
줄거리
연서대 문창과 교수 허문호는 20년째 두 번째 소설을 못 쓰고 있는 인물이다. 제자들 글에는 가차없이 쓰레기라는 평을 날리지만, 사실 그 독설 밑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 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의 작품을 잔인하게 깎아내렸던 대학 동기, 이제는 대작가로 우뚝 선 김수훈이 특별 강연을 위해 학교를 찾는다. 20년 묵은 감정이 다시 들끓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바로 그 시점에 강의실 맨 끝줄에 조용히 앉아 있던 학생 이강의 과제 하나가 허문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완벽해 보이는 친구 세윤의 가정에 일부러 접근해 들어가는 이야기였는데, 그 글 속에서 자신이 김수훈에게 품었던 것과 똑같은 시기심을 발견한 허문호는 묘한 동질감과 함께 위험한 호기심을 느낀다. 결국 그는 이강에게 비밀 문학 수업을 제안하고, 두 사람의 은밀한 관계가 시작된다.
이후 이강은 세윤의 집에 거의 입주하다시피 드나들며 충격적인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한다. 코딩 경진대회 시험지 유출, 위태롭게 흔들리는 부부 관계, 가사도우미의 의문스러운 죽음, 거기에 표절 의혹과 살인 정황까지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허문호는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따져볼 생각도 못 한 채 빠르게 잠식되어 간다. 심지어 실제로 벌어진 일인 양 믿고 거짓 화재 신고를 한 뒤 현장까지 정신없이 달려가는 지경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가족과 명예를 동시에 잃어간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이강이 들려준 이야기 대부분이 정교하게 조작된 허구였고, 가사도우미의 죽음조차 우연한 사고를 이용한 거짓말이었다. 모든 건 12년 전 보육원에서 만난 어린 이강에게 허문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재미없다는 말에서 시작된 복수극이었다. 결국 허문호는 모든 것을 잃고 헌책방 주인으로 전락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강은 다시 그 앞에 나타나 새로운 이야기를 제안하며 드라마는 끝난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이강이 들려준 이야기 대부분이 정교하게 조작된 허구였고, 가사도우미의 죽음조차 우연한 사고를 이용한 거짓말이었다. 모든 건 12년 전 보육원에서 만난 어린 이강에게 허문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재미없다는 말에서 시작된 복수극이었다. 결국 허문호는 모든 것을 잃고 헌책방 주인으로 전락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강은 다시 그 앞에 나타나 새로운 이야기를 제안하며 드라마는 끝난다.
리뷰
결말까지 보고 나서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의외로 허문호였다. 처음에는 그저 열등감에 찌든 한심한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그 광기가 묘하게 이해가 됐다.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심지어 자기 인생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좋은 글이 완성됐다는 사실에 도취되는 장면에서는, 이게 단순한 캐릭터의 결함이 아니라 이야기를 향한 본능 같은 거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감정이 그렇게 낯설지가 않았다. 웹툰 보다가 무료 회차가 끝나갈 때를 생각해보면 비슷한 구석이 있다. 1주일만 기다리면 다음 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데도, 당장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결제 버튼을 눌러버리는 그 마음. 허문호의 광기도 결국은 거기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이야기 앞에서 이성을 잃는 건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는 본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강이라는 인물은 끝까지 보고 나서야 진짜 무서운 캐릭터라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비로운 학생 정도로 봤는데, 결말부에서 모든 게 계획된 복수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소름이 돋았다. 사람의 욕망과 약점을 정확히 캐치해서 그걸 이야기로 빚어내는 방식이 무서울 정도로 치밀했다. 이런 구조를 짜낸 작가의 역량에 솔직히 감탄했다. 인간의 작은 욕심 하나로 이 정도 스케일의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중반부에 사건이 너무 빠르게 몰아쳐서 잠깐 따라가기 벅찬 구간이 있었다는 정도다. 그래도 결말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걸 보니 그 빠른 전개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핵심 포인트
이번 결말에서 가장 중요했던 장면은 허문호가 어린 이강에게 무심코 던졌던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재미없다."라는 말이었다. 처음 들을 때는 지나가는 대사처럼 느껴졌지만,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 바로 이 한마디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허문호가 끝내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모습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이야기에 매료된 한 인간의 본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결말의 파멸도 허무하기보다 씁쓸하게 다가왔다.
마지막에 이강이 다시 허문호를 찾아와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복수가 끝났는데도 두 사람이 다시 마주했다는 건, 둘의 관계가 가해자와 피해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의미처럼 보였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셈이다.
이 작품은 모든 사건을 깔끔하게 설명하기보다 마지막까지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결말을 알고 난 뒤 다시 처음부터 보면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대사와 행동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이 이 드라마를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